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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전이 끝나고 솔직히 말하면 저는 한동안 경기 영상을 다시 보기가 싫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모레노 감독 부임 초기 에콰도르전 승리를 보면서 "이번엔 좀 다를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그런데 우루과이전 대패, 베네수엘라전 졸전 무승부까지 이어지면서 문제가 감독 개인의 전술 역량보다 훨씬 깊은 곳에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전, 단순한 친선 경기가 아닙니다.

압박 전술 : 감독이 세 명 바뀌는 동안 고쳐지지 않은 것
제가 클린스만 감독 시절부터 이 팀을 꾸준히 지켜봐 온 입장에서 가장 답답했던 건, 비판의 워딩이 매번 거의 똑같다는 점이었습니다. "머리 박고 뛰어야 한다", "함께 싸운다는 느낌이 없다" — 이 말이 클린스만 때도, 홍명보 때도, 그리고 모레노 지금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카타르 월드컵 이후로 사실상 고쳐진 적이 없는 셈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압박 강도(pressing intensity)'입니다. 압박 강도란 공을 빼앗기고 나서 혹은 상대가 빌드업을 시작할 때, 팀 전체가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조직적으로 상대를 압박하느냐를 나타내는 전술 지표입니다. 쉽게 말해 공격수가 먼저 수비를 시작하는 속도와 팀 전체의 연동성을 보는 겁니다. 현대 축구에서 이게 약하면 아무리 개인 기량이 뛰어나도 팀 전체가 무너집니다.
제 경험상 이 문제는 단순히 "열심히 뛰냐 안 뛰냐"의 정신력 이슈가 아닙니다. 타이밍의 문제입니다. 압박 타이밍이 0.5초만 늦어도 상대 미드필더는 이미 고개를 들고 전방을 볼 여유가 생깁니다. 베네수엘라전에서 김민재 혼자 뛰어다니던 그 장면이 딱 그 상황이었습니다. 수비수 한 명이 판단하고 뛰어나갔는데 주변 미드필더들은 발이 땅에 붙어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비교 지점이 있습니다.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파리 생제르맹과 바이에른 뮌헨이 맞붙었을 때(출처: UEFA 공식 사이트), 두 팀 공격수들이 상대 수비 빌드업 단계부터 극강의 압박을 퍼부었고 결과적으로 양팀 합산 9골이 터지는 경기가 됐습니다. 해리 케인이 수비 가담을 하고, 음바페 빠진 자리를 수비 가담이 더 활발한 자원들로 채운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게 요즘 축구의 절대적 명제입니다.
한국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이강인 활용 장면을 반복해서 돌려봤는데, 시메오네와 요렌테 그리고 바에나 세 선수가 이강인이 볼을 잡는 순간 동시에 침투하면서 상대 수비 세 명을 끌어당깁니다. 그러면 이강인에게 패스 각도가 자연스럽게 열립니다. 이강인 본인이 헌신하는 구조가 아니라, 동료들의 헌신이 이강인의 개인 기량 발휘 공간을 만들어주는 구조입니다. 반대로 이강인이 수비 가담을 해줄 때 손흥민에게 쉬운 공격 기회가 생기는 선순환도 가능합니다. 프로 클럽에서는 이미 되는 일이 왜 대표팀에서만 안 되는지, 이게 제가 가장 오래 고민한 질문입니다.
- 클린스만, 홍명보, 모레노 — 세 감독 임기 내내 같은 문제가 반복됨
- 압박 타이밍이 늦으면 경합 강도(dueling intensity)가 떨어지고 상대 스트라이커에게 쉽게 뚫림
- 스페인 대표팀과 바이에른 뮌헨 등 세계 최강 팀들의 공통점 — 공격수의 전방 압박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사례 — 동료 침투가 이강인의 패스 공간을 만드는 구조
팀 응집력 : 협회가 뒷짐 진 사이 선수들이 풀어야 할 숙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가 모레노 감독 부임 소식을 들었을 때는 "임시 감독이니까 선수들이 더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도 있겠다" 싶었거든요. 그런데 현실은 반대였습니다. 감독이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선수들도 눈치를 보고 있었습니다. 베네수엘라전 직후 김민재가 인터뷰에서 터뜨린 발언 — "수비수들이 불쌍하고 함께 싸운다는 느낌이 없다" — 이건 감독에게 던진 말이 아니었습니다. 동료들에게 던진 말이었습니다.
여기서 팀 응집력(team cohesion)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팀 응집력이란 전술 이해도를 공유한 선수들이 경기 중 자발적으로 서로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연대감을 뜻합니다. 감독이 심어주는 부분도 있지만, 결국 경기장 안에서 선수들끼리 실시간으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클린스만 시절 이강인-탁구 사태 이후로 선수 간 불화가 수면 위로 올라왔고, 홍명보 시절 손흥민과의 갈등 구도, 그리고 지금 모레노 시절 김민재의 분노까지 — 이 흐름이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니라는 게 제 판단입니다.
제가 더 큰 문제로 보는 건 협회의 구조입니다. 모레노는 6경기 임시 감독으로 공모를 통해 선발됐습니다. 평가전만 담당하는 조건이었죠. 그런데 아시안컵이 코앞인 상황에서 협회는 뒷짐을 지고 있습니다. 만약 모레노를 내치고 다른 감독을 아시안컵용으로 다시 공모한다면, 대표팀 소집 훈련조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감독에게 아시안컵을 맡기는 황당한 일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사실상 낙제점만 아니면 아시안컵은 모레노가 이끄는 수순이 됩니다. 저는 이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봅니다.
피파(FIFA) 랭킹 기준으로 이번 4연전 상대 중 우즈베키스탄은 62위로 최하위 체급에 속합니다(출처: FIFA 공식 랭킹). 역대 전적도 11승 3무 1패로 한국이 압도적으로 앞섭니다. 그러나 마지막 맞대결이 8년 전이고, 우즈베키스탄이 그 사이 육성 정책을 통해 A대표팀 수준을 크게 끌어올린 것은 제 경험상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변수입니다. 특히 쇼브로도프는 튀르키예 리그에서 지난 시즌 22골 4도움을 기록한 정상급 스트라이커입니다. 우루과이의 다윈 누녜스에 비견될 만한 신체 능력과 오프더볼 움직임(off-the-ball movement, 공 없이 상대 수비를 흔드는 움직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경합 강도가 낮을 때 운동 능력 좋은 스트라이커에게 쉽게 뚫리는 것은 이미 우루과이전에서 입증됐습니다.
하루아침에 팀 응집력이 회복되지는 않습니다. 신임 협회장이 선출되고, 정식 감독이 선임되고, 세대교체가 이뤄진 뒤에야 진짜 팀워크를 기대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조건은 이겁니다 — 이번 경기에서만큼은 선수들 스스로 경기장 안에서 서로 의사소통하고, 이미 알고 있는 전술적 기능을 실행하는 것입니다. 30년 전식 투지 축구를 원하는 게 아닙니다. 머리를 쓰면서 손발이 맞는, 지금 세계 축구의 흐름에 맞는 경기를 보고 싶은 겁니다.
우즈베키스탄전 : 피파(FIFA) 랭킹 기준 4연전 상대 중 우즈베키스탄 62위로 최하위
피파(FIFA) 랭킹 기준으로 이번 4연전 상대 중 우즈베키스탄은 62위로 최하위 체급에 속합니다(출처: FIFA 공식 랭킹). 역대 전적도 11승 3무 1패로 한국이 압도적으로 앞섭니다. 그러나 마지막 맞대결이 8년 전이고, 우즈베키스탄이 그 사이 육성 정책을 통해 A대표팀 수준을 크게 끌어올린 것은 제 경험상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변수입니다. 특히 쇼브로도프는 튀르키예 리그에서 지난 시즌 22골 4도움을 기록한 정상급 스트라이커입니다. 우루과이의 다윈 누녜스에 비견될 만한 신체 능력과 오프더볼 움직임(off-the-ball movement) 공 없이 상대 수비를 흔드는 움직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경합 강도가 낮을 때 운동 능력 좋은 스트라이커에게 쉽게 뚫리는 것은 이미 우루과이전에서 입증됐습니다.
하루아침에 팀 응집력이 회복되지는 않습니다. 신임 협회장이 선출되고, 정식 감독이 선임되고, 세대교체가 이뤄진 뒤에야 진짜 팀워크를 기대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조건은 이겁니다. 이번 경기에서만큼은 선수들 스스로 경기장 안에서 서로 의사소통하고, 이미 알고 있는 전술적 기능을 실행하는 것입니다. 30년 전식 투지 축구를 원하는 게 아닙니다. 머리를 쓰면서 손발이 맞는, 지금 세계 축구의 흐름에 맞는 경기를 보고 싶은 겁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모레노 감독이 아시안컵도 맡게 되는 건가요?
A. 제도적 흐름상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레노는 6경기 임시 감독 공모로 선임됐는데, 만약 교체하려면 아시안컵 직전에 소집 경험도 없는 새 감독을 데려와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이건 더 큰 문제가 되기 때문에, 낙제점만 면하면 아시안컵은 맡게 되는 구조입니다. 협회가 처음부터 더 긴 안목으로 감독 선임을 했어야 했다는 게 핵심 비판입니다.
Q. 이강인이 압박을 안 한다는 비판이 맞나요?
A. 완전히 맞는 말은 아닙니다. 이강인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시메오네, 요렌테 감독들을 거치며 압박 타이밍과 수비 가담 측면에서 분명히 성장했습니다. 다만 대표팀에서 프로 클럽만큼의 효율이 나오지 않을 때가 있고, 베네수엘라전이 그런 경기였습니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팀 전체의 조직적 압박이 무너진 상황에서 혼자만 뛰어봤자 효과가 없기 때문입니다.
Q. 우즈베키스탄이 그렇게 위협적인 상대인가요?
A. 피파 랭킹 62위라 수치상으론 가장 낮지만, 지난 8년 사이 육성 정책 성과가 A대표팀으로 올라왔습니다. 특히 스트라이커 쇼브로도프는 튀르키예 리그에서 지난 시즌 22골을 넣은 정상급 자원입니다. 한국이 경합 강도가 낮을 때 신체 능력 좋은 스트라이커에게 뚫리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어서, 방심하면 충분히 위협적인 상대입니다.
Q. 손흥민 A매치 최다 득점 기록 달성은 언제쯤 가능할까요?
A. 손흥민은 현재 A매치 150경기 58득점으로 최다 출장·최다골 기록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번 소집 초반 두 경기는 세트피스나 우연적 경로로 득점이 나왔고,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슛 자체가 많지 않았습니다. 대기록은 팀 공격이 정상화돼서 손흥민에게 실질적인 득점 기회가 만들어질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제가 이 팀을 오랫동안 보면서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이건 특정 감독의 무능도, 특정 선수의 게으름도 아닙니다. 협회가 원칙 없는 땜질식 처방을 반복하는 동안 팀 문화 자체가 흔들렸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경기력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신임 협회장 선출, 정식 감독 선임, 세대교체가 이뤄지기 전까지 진짜 팀워크를 기대하는 건 솔직히 무리입니다.
그렇다고 이번 우즈베키스탄전이 의미 없는 건 아닙니다. 모레노 감독의 향후 평가가 이번 경기에 달려 있고, 더 중요하게는 선수들이 스스로 경기장 안에서 조직적 압박을 실행할 수 있는 팀임을 증명할 기회입니다. 머리를 박고 뛰는 쌍팔년도식 투지가 아니라, 판단 속도를 높이고 타이밍에 맞게 단호하게 튀어나가는 현대 축구를 보여줄 수 있는지 — 저는 그걸 이번 경기에서 확인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