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96라인 세 선수, 즉 황인범·김민재·황희찬이 '대표팀 소집 거부' 가능성으로 논란을 일으킨 지 한 달 만에 11월 A매치 명단에 전원 재발탁됐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은 아니었는데, 막상 기자회견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니 예상보다 훨씬 찝찝한 뒷맛이 남았습니다.

96라인 복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이 가능한가
이번 11월 A매치는 13일 사우디아라비아전, 17일 카타르전으로 모두 중동 원정으로 치러집니다. 국내 소집 없이 유럽파는 현지에서, 국내파는 8일 밤 카타르로 직행하는 일정입니다. 그리고 이 소집 명단에 황인범·김민재·황희찬 세 선수가 모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갈등 이후 복귀는 공식 사과나 입장 발표가 뒤따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 경험상, 어느 조직이든 내부 갈등이 '없었던 일'로 처리되면 반드시 불씨가 남습니다. 직장 생활만 해봐도 압니다. 팀 내 갈등을 공식적으로 매듭짓지 않고 흐지부지 넘기면, 표면은 조용해도 속은 곪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단순한 내부 불화가 아닙니다. 대표팀 소집 거부(징집 이탈에 준하는 행위로, 국가대표 소집 명령을 사실상 거절하는 것을 의미합니다)를 마음먹었다는 사실 자체가 대표팀의 권위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대표팀 은퇴'라는 표현으로 포장하는데, 저는 이 표현이 지나치게 고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30세 전후의 선수들이 대표팀을 '은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사실상 소집 거부입니다.
모레노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선수들과 대화를 나눴고 공통된 목표를 확인했다"는 원론적 발언만 반복했습니다. 해당 선수들의 공식 해명도, 협회의 명확한 입장도 없었습니다. 이번 11월 경기가 전부 중동 원정이라 선수들이 국내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도 이 어색한 봉합을 더 쉽게 만들어준 배경으로 보입니다.
- 황인범·김민재·황희찬 전원 11월 명단 재발탁
- 해당 선수들 및 협회의 공식 입장 발표 없음
- 모레노 감독, "내부 대화로 해결" 원론 반복
- 11월 일정 전부 중동 원정, 국내 소집 없이 진행
모레노 기자회견, 원론만 남기고 팬심은 빠졌다
기자회견에서 모레노 감독이 가장 명확하게 말한 것은 딱 하나입니다. "대표팀 주장은 손흥민이며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주장 교체설을 완전히 일축한 이 발언만큼은 단호했습니다. 그 외의 모든 답변은 "내부에서 나눈 대화는 공개할 수 없다",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반복이었습니다.
제가 기자회견 내용을 직접 확인하면서 느낀 건, 감독이 의도적으로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 안에서 해나가겠다"는 표현은 사실상 갈등의 근본 원인은 자신의 영역 밖이라는 선언이나 다름없습니다. 임시 감독이라는 제한적 입지, 그리고 이번 11월 일정이 현 계약상 마지막 공식 일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한계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해와 납득은 다릅니다. 퍼포먼스 기반 선발(선수의 컨디션·출전 시간·경기력만을 기준으로 대표팀 명단을 구성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을 원칙으로 내세웠음에도 황희찬 선수가 발탁된 배경은 여전히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소속팀 볼프스부르크에서 주전으로 분류하기에는 부진하고, 최근 구설수와 이번 소집 거부 논란까지 겹친 상황에서 선발한 것은 단순히 경기력만을 본 게 아니라 '징계 논란이 있던 선수들을 한 묶음으로 품고 가겠다'는 메시지성 결정이 아니었겠냐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저도 그 해석이 완전히 틀렸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한국축구연구소 등 축구 전문 분석 기관들은 대표팀 내 리더십 구조와 팀 응집력(team cohesion, 팀원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뭉치는 심리적 결속력을 의미합니다)이 성적에 직결된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해왔습니다. 이번처럼 내부 갈등이 정리되지 않은 채 중요한 소집이 이어진다면, 그 균열은 경기력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습니다(출처: FIFA 공식 사이트).
- ▲ GK= 김승규(도쿄) 조현우(울산) 송범근(전북)
- ▲ DF= 설영우(아우크스부르크) 최준(서울) 이한범(브루게) 김민재(뮌헨) 김지수(브렌트퍼드) 신민하(강원) 조현택(울산) 이명재(대전)
- ▲ MF= 박진섭(저장) 김봉수(대전) 손정범(서울) 황인범(포르투) 박태준(김천) 이재성(마인츠)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정우영(우니온베를린) 엄지성(스완지시티) 송민규(나시오날) 황희찬(샬케)
- ▲ FW= 이동경(울산) 손흥민(LAFC) 오현규(베식타시) 오세훈(시미즈)
팬심을 되찾으려면 그라운드 위에서 증명해야 한다
이번 소집에서 빠진 선수들 중 제가 가장 아쉽게 본 것은 김민수 선수의 제외입니다. 지난 9~10월 소집에서 허슬 플레이(끊임없이 달리고 몸을 아끼지 않는 적극적 플레이 스타일을 뜻합니다)로 많은 팬들의 박수를 받았던 선수인데, 이번엔 명단에 없었습니다. 물론 감독 입장에서는 이미 기량을 충분히 확인한 선수에게 휴식을 주고 아시안게임 출신 신민하·김지수·엄지성 등 새 얼굴을 점검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게 맞는 해석일 가능성이 높다고 저는 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팬들이 받는 인상은 다릅니다. 열심히 뛴 선수가 빠지고 논란의 중심에 있던 선수가 돌아오는 그림은, 설명 없이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대한축구협회(KFA)가 공식 발표한 이번 26인 명단을 보면 골키퍼 3명, 수비 9명, 미드필더 10명, 공격 4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출처: 대한축구협회 공식 사이트). 수적으로는 균형 잡힌 구성이지만,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분위기입니다.
제 경험상 어떤 조직이든, 갈등 이후 진정성 있는 화해 없이 같은 공간에 모이면 표면은 매끄러워 보여도 신뢰 회복에는 훨씬 긴 시간이 걸립니다. 국가대표팀도 일반 조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직장인들이 100% 마음에 드는 환경에서만 일하지 않듯, 불만이 있더라도 공동 목표를 위해 버티고 이겨내는 것이 프로의 기본입니다. 대표팀이라는 이름은 특권이 아니라 책임입니다.
결국 이번 우여곡절의 해답은 기자회견장이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전과 카타르전 그라운드 위에 있습니다. 비 온 뒤 땅이 더 단단해지듯, 이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선수들이 경기력으로 보여주는 것이 팬심을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96라인 선수들이 정말 대표팀 소집을 거부하려 했나요?
A.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실은 없습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이런 설은 근거 없이 퍼지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협회나 해당 선수들이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은 채 명단 발표가 이뤄졌기 때문에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 경험상 '공식 부인이 없는 침묵'은 또 다른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기 쉽습니다.
Q. 황희찬은 왜 이번에도 발탁된 건가요?
A. 모레노 감독은 소속팀 볼프스부르크에서의 주전 출전 시간과 경기력을 기준으로 발탁했다고 밝혔습니다. 독일 분데스리가 1부 주전 자원이라는 점은 명백한 발탁 근거입니다. 다만 논란이 있는 선수들을 한꺼번에 재소집하는 방식이 '메시지용 결정'이 아니었겠냐는 시각도 존재하는데, 저는 두 가지 해석 모두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Q. 손흥민 주장 교체 가능성은 없나요?
A. 모레노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대표팀 주장은 손흥민이며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현 체제에서 주장 교체는 없다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캡틴 완장(주장 완장, 팀 리더십의 상징으로 경기 중 감독과 선수단을 연결하는 역할을 의미합니다)은 단순 상징이 아니라 팀 전술 운영과 소통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쉽게 교체되지 않습니다.
Q. 김민수는 왜 이번에 빠진 건가요?
A. 공식 이유는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감독 입장에서 지난 소집에서 이미 기량을 충분히 확인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아시안게임 출신 선수들을 테스트하는 데 집중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게 맞는 판단이라 해도, 열심히 뛴 선수가 논란 선수 복귀 타이밍에 빠지는 구도는 팬들에게 납득하기 어려운 그림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결론
정리하면, 이번 11월 소집은 봉합은 됐지만 해결은 안 됐습니다. 96라인 복귀 자체보다 그 방식이 문제였고, 기자회견은 팬들에게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납득도 제공하지 못했습니다. 모레노 감독의 입지와 현실적 한계를 감안해도, 이 수준의 원론 반복은 아쉽습니다.
이제 공은 선수들에게 넘어갔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전과 카타르전에서 손흥민을 필두로 한 선수단이 그라운드 위에서 진정한 팀워크를 보여주는 것, 그것만이 지금 성난 팬심을 돌릴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번 위기가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느냐 아니냐는, 결국 11월 두 경기의 결과보다 그 과정에서 선수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