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36경기 만에 터진 세 골, 그리고 리그 7경기 만의 첫 승. 숫자만 봐도 이게 얼마나 오래 기다려온 순간인지 느껴졌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경기를 보면서 "드디어"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3-1 승리를 가능하게 한 건 결국 매디슨의 복귀와 데제르비 감독의 전술적 준비였다고 봅니다.

최악의 출발 :144년 역사에서 가장 긴 골 가뭄
토트넘은 이번 시즌 개막 이후 6라운드까지 3무 3패, 리그 22위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구단 144년 역사상 처음 겪는 최악의 출발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경기마다 챙겨봤는데, 문제는 점수판이 아니라 내용에 있었습니다. 6경기에서 단 3골, 그것도 전부 공격수가 아닌 미드필더와 수비수가 기록했다는 게 공격진의 현실이었습니다.
막대한 투자도 이 상황을 막지 못했습니다. 이번 여름 토트넘은 토날리, 반 헤케, 사비뉴 등 10명의 선수를 영입하는 데 약 7,000억 원, 구단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적료를 썼습니다. 25년간 팀을 이끌던 레비 회장이 물러나고 아스날 사장 출신의 벤카테시 사장이 부임했으며, 데제르비 감독에게는 아르테타에 이어 리그 2위 수준인 연봉 240억 원을 지급했습니다. 투자 규모로는 우승 경쟁을 해야 할 팀이 강등권에서 허덕인 셈입니다.
이 상황에서 기대 득점(xG, Expected Goals)이라는 지표가 토트넘의 딜레마를 잘 보여줬습니다. 여기서 xG란 슈팅 상황의 질을 수치화한 지표로, 1에 가까울수록 득점 가능성이 높은 찬스를 많이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맨유전과 아스톤 빌라전에서 토트넘의 xG는 각각 1.6, 1.56으로 상대보다 높았지만 결과는 무승부와 패배였습니다. 찬스는 만드는데 마무리가 안 된다는 것, 이게 핵심이었습니다. 위기를 인식한 데제르비 감독은 결국 선수단을 스페인 마르베야로 데려가 합숙 훈련을 진행했고, 식사 시간마다 휴대폰을 금지하며 팀 내 결속을 다졌습니다.
- 개막 6경기 성적: 3무 3패, 리그 22위(강등권)
- 6경기 득점: 단 3골 — 모두 비공격수 기록
- 여름 이적 투자: 10명 영입, 약 7,000억 원 지출
- xG 기준 찬스 창출은 있었으나 결정력 부재가 근본 원인
데제르비 전술의 핵심: 공간을 만드는 법
이 경기에서 데제르비 감독이 꺼낸 카드는 변형 스리백(3-back)이었습니다. 스리백이란 수비 라인에 3명의 센터백을 배치하는 전형으로, 측면 풀백 자원을 보다 공격적인 역할로 올려 보내는 구조입니다. 판 더 펜, 토신, 반 헤케가 뒤를 지키고, 로버트슨이 왼쪽 윙백으로 전진하며, 쿠두스가 오른쪽 넓은 공간을 책임졌습니다. 덕분에 중원에는 토날리, 아츠그레이, 마르무시, 매디슨 네 명이 집결했습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마르무시의 역할 변화였습니다. 원래 마르무시는 측면에서 안으로 파고들어 상대 풀백과 붙는 세컨드 스트라이커 유형입니다. 그런데 이날은 의도적으로 상대 중앙 미드필더 쪽으로 내려와 붙었습니다. 오른쪽에서는 아츠그레이가 코벤트리의 중앙 미드필더 그라임스를 끌고 들어갔습니다. 이 두 선수가 각각 상대 미드필더를 하나씩 묶어두면, 자연스럽게 매디슨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하프 스페이스가 생겼습니다. 하프 스페이스란 중앙과 측면 사이의 공간으로, 현대 축구에서 가장 위협적인 공격이 완성되는 지점입니다.
제가 이 전술을 보면서 감탄했던 건 그레이의 오프 더 볼(off the ball) 움직임이었습니다. 오프 더 볼이란 볼을 소유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움직임을 뜻합니다. 그레이가 박스 방향으로 과감하게 달려들면, 코벤트리 수비는 두 가지 선택지 앞에서 매번 헷갈렸습니다. 그레이를 따라가면 매디슨이 공간에서 볼을 받고, 매디슨에게 붙으면 그레이 쪽으로 패스가 넘어갔습니다. 이 시행착오가 반복되면서 매디슨의 득점 장면이 만들어졌고, 프리미어리그 박스 밖 최다 득점자(출처: 프리미어리그 공식 통계)인 매디슨의 킥이 빛을 발했습니다. 2018년 이후 EPL 박스 밖 득점 21골로 리그 1위라는 수치는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후반 들어 코벤트리가 공격수를 내려 아츠그레이의 침투 공간을 막으면서 이 패턴은 한풀 꺾였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매디슨이 왼쪽으로 위치를 옮겼고, 마르무시가 중앙으로 침투해 여유 공간을 얻으면서 중거리 득점을 추가했습니다. 데제르비 감독이 오른쪽이 막히면 왼쪽에서 균열을 내는 '플랜 B'까지 준비해 왔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오늘 경기만큼은 데제르비 감독이 매디슨 복귀 타이밍에 맞춰 꽤 정교하게 플랜을 짜왔다고 봅니다.
매디슨 복귀가 의미하는 것: 그리고 남은 과제
이번 경기에는 숫자 하나하나가 남달랐습니다. 리그 36경기 만의 세 골, 매디슨의 536일 만의 선발 출전과 오랜만의 득점, 마르무시의 토트넘 데뷔골, 그리고 클루셉스키의 526일 만의 스쿼드 복귀(출처: FBref 선수 기록). 기록만 나열해도 이 경기가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매디슨의 가장 큰 장점은 제가 직접 경기를 챙겨보면서 더 확실히 느꼈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도 킥 하나로 언제든 국면을 바꿀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른 선수들이 빅 찬스를 계속 날리는 상황에서도, 매디슨은 외곽의 여유 공간만 주어지면 단 한 방으로 득점을 만들어냅니다. 이건 전술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선수 개인이 가진 무기입니다.
코벤트리가 매디슨의 고향 팀이라는 사실도 이 경기에 묘한 결을 더했습니다. 코벤트리에서 태어나 프로를 시작한 선수가 장기 부상 복귀 첫 선발 경기에서, 고향 팀을 상대로 득점을 기록했습니다. 제가 이 경위를 알고 나서 경기를 다시 돌려봤더니 그 득점 장면이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다만 냉정하게 보면 과제도 분명합니다. 이날 세 골이 모두 박스 밖 중거리 슈팅으로 나왔다는 점은 주목해야 합니다. 저는 박스 안에서 공격수가 마무리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 한 이 흐름을 꾸준한 득점력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솔랑키를 포함한 최전방 자원들이 결정적인 찬스를 반복적으로 놓치는 문제는 이 경기에서도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데제르비 감독이 EPL에서 잘 통하지 않는 스리백을 콘테의 첼시 이후 이 정도로 유기적으로 운용하는 팀은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코벤트리가 승격팀이기는 하지만, 연승 중이었고 압박도 꽤 강한 팀이었습니다. 물론 더 지켜봐야 합니다. 제 경험상 한 경기 전술이 아무리 좋아도, 첼시전처럼 수준 높은 팀을 상대했을 때 얼마나 같은 내용을 유지하느냐가 진짜 관건입니다. 승패보다 내용이 먼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토트넘이 이번 시즌 왜 이렇게 못했나요?
A. 수비 문제보다 공격 마무리 능력의 부재가 핵심이었습니다. 기대 득점(xG) 수치는 리그 중위권이었지만 빅 찬스를 반복적으로 놓치며 실제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습니다. ~라는 의견도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매디슨처럼 킥과 공간 활용 능력을 갖춘 선수의 부재가 공격 구조 자체를 무너뜨렸다고 봅니다.
Q. 매디슨은 왜 이렇게 오래 선발로 못 나왔나요?
A. 장기 부상 여파로 이번 시즌 내내 교체로만 짧게 출전했습니다. 이날이 무려 536일 만의 선발 출전이었고, 데제르비 감독은 체력을 약 70분 단위로 관리하며 복귀 속도를 조절했습니다. 앞으로 가용 시간이 80분 이상으로 늘어난다면 토트넘 공격의 질이 눈에 띄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Q. 데제르비의 스리백은 EPL에서도 통하는 전술인가요?
A. EPL에서 스리백을 유기적으로 운용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는데, 이날 경기를 보면 데제르비는 압박 강도가 높은 코벤트리를 상대로 꽤 안정적으로 운용했습니다. 다만 코벤트리는 승격팀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하고, 첼시나 아스날 같은 상위권 팀을 상대했을 때도 같은 내용을 보여줄 수 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Q. 세 골이 다 중거리 슈팅이면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득점할 수 있나요?
A.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의 결과였습니다. xG가 0.87에 불과했고 빅 찬스가 0번이었는데도 이겼습니다. 매디슨, 마르무시, 벤 데이비스의 중거리 킥 능력이 이날만큼 집중된 건 운도 따랐다고 봐야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박스 안에서 9번 공격수가 마무리하는 패턴이 만들어져야 토트넘의 득점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
토트넘의 리그 첫 승은 단순히 승점 3점이 아닙니다. 36경기 만의 3골, 536일 만의 매디슨 선발, 그리고 데제르비 감독이 매디슨 복귀 타이밍에 맞춰 정교하게 설계한 전술 플랜이 맞아 떨어진 경기였습니다. 제가 이 경기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득점이 들어간 방식이 아니라, 득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과제는 남아 있습니다. 박스 안에서 공격수가 마무리를 완성하는 장면이 아직 없고, 매디슨의 체력 관리도 시즌 내내 변수가 될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반등의 분위기가 다음 경기에서 어떻게 이어지느냐가 진짜 전환점의 기준이 됩니다. 다음 첼시전, 승패보다 내용을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