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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이탈리아 4부 리그에서 파산 직전이었던 팀이, 지난 시즌 세리에 A 4위로 챔피언스 리그에 데뷔했습니다. 처음 이 흐름을 쭉 따라가다 보니 솔직히 중간에 몇 번은 멈칫했습니다. 이건 단순한 스포츠 성공 스토리가 아니었거든요.

파산 직전 4부 리그 팀을 산 진짜 이유
2019년, 인도네시아 자룸(Djarum) 그룹의 하르토노 형제가 코모를 인수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인터 밀란도 AC 밀란도 아닌, 이탈리아 4부 리그 팀을요. 합산 자산이 약 60조 원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최고 부호들이 왜 하필 세 번이나 파산했던 그 팀을 선택했는지는 처음엔 저도 잘 이해가 안 됐습니다.
실제 출발점은 축구 클럽 인수가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자룸 계열 미디어 그룹인 몰라 TV(Mola TV)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축구 다큐멘터리를 기획하면서 시작된 일이었습니다. 기획자 미루한 수아르소는 1990년대 인도네시아에서 세리에 A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역사를 알고 있었고, 그 소재가 자국 시청자들에게 먹힐 것이라고 판단했죠.
촬영 장소를 물색하다 발견한 곳이 코모였습니다. 당시 코모는 막 3부 리그로 승격한 직후였고 시설은 형편없었습니다. 그런데 수아르소는 거기서 '밑바닥에서 시작해 화려하게 성공하는 이야기'의 원석을 봤습니다. 처음 인수 의도가 다큐 촬영 베이스캠프였다는 게 좀 황당하게 들릴 수 있는데,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팀을 인수하고 보니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생겼습니다. 비유럽 선수 등록 제한 규정(Non-EU Player Quota) 때문에 인도네시아 선수들을 원하는 만큼 코모 로스터에 넣을 수가 없었던 겁니다. 비유럽 선수 등록 제한이란 UEFA 산하 리그에서 비EU 국적 선수의 등록 및 출전 가능 인원을 제한하는 규정으로, 원래 계획했던 인도네시아 유망주 육성 프로젝트 자체가 흔들렸습니다. 그런데 이 실패가 오히려 코모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습니다.
- 2016~2017년 연달아 파산, 선수 급여조차 지급 불가 상태에서 인수
- 원래 목적: 인도네시아 축구 다큐멘터리 촬영 베이스캠프 확보
- 비유럽 선수 등록 제한으로 원래 사업 계획 무산 → 새로운 전략 수립
- 인수 후 5년 만에 세리에 A 승격, 이후 2시즌 만에 챔피언스 리그 진출
5,000석 경기장으로 승부하는 '부티크 클럽' 전략
코모의 홈 경기장 수용 인원은 5,000명입니다. 유벤투스 스타디움(4만 1천 석)의 8분의 1 수준이죠. 처음 이 숫자를 봤을 때 이걸로 어떻게 돈을 번다는 건지 제 머릿속에서 계산이 안 됐습니다. 그런데 코모는 이 약점을 정반대로 뒤집었습니다.
핵심은 코모 호수였습니다. 매년 5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이 세계적인 관광지가 경기장 바로 옆에 있다는 사실, 이게 어떤 유명 구단주도 돈으로 살 수 없는 자산이었습니다. 조지 클루니가 별장을 사고, 007과 스타워즈를 촬영한 그 배경 말입니다. 수아르소 회장이 인터뷰에서 "우리는 축구계의 디즈니랜드를 만들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 맥락에서 나왔습니다.
부티크 클럽(Boutique Club)이란 대형 클럽의 규모를 따라 하는 대신, 소규모 좌석을 프리미엄화해 독점적 경험을 판매하는 클럽 운영 모델을 뜻합니다. 코모가 선택한 방향이 바로 이것입니다. 관광객에게는 수상 비행기와 보트 투어, VIP 시팅을 묶은 럭셔리 여행 패키지를 팔면서, 현지 팬 티켓은 3만 원대로 유지해 지역 정체성을 잃지 않는 이중 구조를 설계한 거죠. 지난 시즌 196개국에서 온 관광객의 티켓 수익이 전체 매출의 43%를 차지했다는 데이터가 이 전략이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출처: Calcio e Finanza).
굿즈 전략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모 지역 특산물인 실크로 만든 셔츠와 수영복, 자체 제조 수제 맥주, 그리고 LA 스트릿웨어 브랜드 루드(RHUDE)의 창립자를 브랜드 디렉터로 영입해 아디다스와 콜라보레이션한 유니폼은 40만 원이 넘는 가격에 완판됐습니다. 제가 조사하면서 유니폼 가격을 봤을 때 처음엔 '이걸 누가 사나' 싶었는데, 찾아보니 다 팔렸더군요. 코모 컵(Como Cup)이라는 자체 프리시즌 토너먼트도 만들었습니다. 코모 컵이란 유럽 축구 비시즌인 여름에 타 팀을 코모로 직접 초청해 개최하는 홈 기반 토너먼트로, 관광 성수기에 오히려 축구 이벤트를 코모에서 벌임으로써 여름 비수기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10억 유로 구단 가치, 현실이 될 수 있을까
24/25 시즌 코모의 매출은 약 5천만 유로로 추산됩니다. 챔피언스 리그 진출 시 1억 유로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데, 이는 UEFA 챔피언스 리그(Champions League) 참가 클럽에 지급되는 분배금 구조 때문입니다. UEFA 챔피언스 리그 분배금이란 참가 클럽의 성적과 방송 시장 규모에 따라 UEFA가 지급하는 수익 배분금으로, 단순 참가만으로도 상당한 수익이 보장됩니다(출처: UEFA 공식 사이트). 코모가 라이프치히를 4-2로 꺾은 이번 시즌 챔피언스 리그 데뷔전은 단순한 경기 결과를 넘어 수익 구조 자체를 바꿀 분기점입니다.
그러나 솔직히 10억 유로 구단 가치는 아직 야심찬 목표입니다. 100만 유로 미만이었던 구단 가치가 10억을 넘으려면 유스 아카데미(Youth Academy) 육성 성과가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유스 아카데미란 클럽이 직접 운영하는 청소년 선수 육성 시스템으로, 여기서 배출된 선수를 이적 시장에서 매각하면 구단 밸류에이션에 직접 반영됩니다. 니코 파스처럼 레알 마드리드에서 자리를 못 잡다가 코모에서 핵심 에이스로 성장한 케이스는 이 시스템이 작동 중임을 보여줍니다. 이적료 수익 모델을 구축하지 못하면 10억 유로는 숫자로만 남습니다.
경기장 문제도 변수입니다. 스타디오 주세페 시니갈리아(Stadio Giuseppe Sinigaglia)는 1927년에 지어진 건물로, 소유권이 코모 시에 있어 구단이 마음대로 확장할 수 없습니다. 현재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과 웸블리를 설계한 파퓰러스(Populous)를 영입해 1만 5천~2만 석 규모의 신경기장 설계를 진행 중인데, 코모 호수가 더 잘 보이도록 높이를 조정한다는 구상이 제겐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경관을 희생하지 않겠다는 원칙이 브랜드 전략과 정확히 일치하거든요.
세스크 파브레가스(Cesc Fàbregas) 감독의 역할도 단순히 전술가를 넘어섭니다. 그는 매 경기 전날 이사회에 빌드업 포메이션(예: 2-3 혹은 3-2 대형)과 세부 움직임을 담은 경기 계획서를 제출하고, 경기 후에는 결과 보고서까지 작성합니다. 이건 개인 역량이 아니라 구단 시스템으로 전술 철학을 이식하려는 시도입니다. 감독이 교체되더라도 코모의 색깔이 유지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거죠. 제 경험상 이런 시스템화가 중장기 성과를 결정하는 핵심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코모 FC 구단주가 누구인가요?
A. 인도네시아 자룸(Djarum) 그룹의 하르토노 형제입니다. 인도네시아 최대 담배 회사이자 최대 민간 은행 BCA의 소유주이며, 합산 자산은 약 60조 원 규모입니다. 티에리 앙리도 구단 주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Q.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감독이 된 경위가 궁금합니다.
A. 파브레가스는 2022년 선수 겸 공동 투자자로 코모에 합류했습니다. 은퇴 후 유소년 팀을 맡다가 기존 감독 경질로 1군을 임시 지휘하게 됐고, 4경기 3승 1무를 기록했습니다. UEFA 프로 라이선스 취득 후 정식 감독으로 선임됐으며, 현재 코모를 챔피언스 리그 무대까지 이끌었습니다.
Q. 코모가 '부티크 클럽'을 표방하는 이유가 뭔가요?
A. 경기장 수용 인원이 5,000명 수준으로 대형 클럽과의 규모 경쟁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코모 호수라는 세계적 관광 자산을 활용해 소수에게 프리미엄 경험을 파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관광 패키지, 고가 유니폼, 자체 여행사 운영이 이 전략의 일환입니다.
Q. 코모 FC 유니폼이 왜 그렇게 비싼가요?
A. LA 스트릿웨어 브랜드 루드(RHUDE)의 창립자를 브랜드 디렉터로 영입해 아디다스와 콜라보레이션한 결과입니다. 단순 스포츠 유니폼이 아닌 패션 아이템으로 포지셔닝했기 때문에 40만 원이 넘는 가격에도 완판됐습니다. 코모 지역 특산 실크를 활용한 라인도 함께 출시됐습니다.
결론
코모를 조사하면서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성적이나 수익이 아니었습니다. 실패한 계획이 더 나은 전략으로 이어지는 과정이었습니다. 비유럽 선수 등록 제한에 막혀 원래 사업 계획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부티크 클럽'이라는 지금의 모델은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10억 유로 구단 가치는 아직 현실이 아닙니다. 유스 아카데미 성과, 경기장 재건축, 챔피언스 리그 지속 여부라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제 판단으로는 방향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코모를 여기까지 성장시킨 자산인 코모 호수가 이제 성장을 가로막는 제약이 되고 있다는 역설, 그 안에서 어떻게 다음 답을 찾는지가 앞으로 코모를 지켜볼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