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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이 있으면 기회는 온다. 저도 한때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NBA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고 나서, 그 말이 얼마나 순진한 믿음이었는지 알게 됐습니다. 이현중 선수가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트레이닝 캠프 명단에서 빠졌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제가 처음 든 생각은 "설마 이게 끝인가"였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끝이 아닙니다. 다만 그 이유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NBA 경쟁 구조, 실력만으론 정말 부족한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현중 선수가 포틀랜드와 이그지빗 10(Exhibit 10)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트레이닝 캠프 참가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이그지빗 10 계약이란 정규 시즌이 개막하면 자동으로 소멸되는 캠프 전용 계약입니다. NBA 최저 연봉에 1년 비보장 조건이 붙으며, 웨이브(방출) 이후 산하 G리그 팀으로 자연스럽게 합류할 수 있는 경로가 열립니다. 쉽게 말해 "일단 와서 보여줘, 잘하면 더 얘기하자"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명단이 공개되자 이현중의 이름이 없었습니다. 병역 행정 처리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아시안 게임 금메달로 군 면제 혜택을 받게 됐지만, 그 행정 처리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장기 체류를 이어가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웠습니다. 현역 신분의 선수가 해외에 체류할 수 있는 기간 자체가 제한돼 있어서, 캠프에 참가했다가 나중에 귀국해서 처리하려면 3개월마다 한국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결국 포틀랜드 구단과 선수 측은 "캠프를 건너뛰더라도 병역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오라"는 방향에 합의했습니다. 표면만 보면 탈락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구단이 여전히 문을 열어두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 상황을 처음 접했을 때, NBA 진입이 얼마나 행정적·제도적 변수에도 취약한지를 새삼 실감했습니다.
G리그, 이게 진짜 시작점이다
제 경험상 이런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건 "우회로"를 실패로 읽는 시각입니다. 이현중 선수의 다음 행선지는 포틀랜드의 G리그 산하팀인 립시티 리믹스(Rip City Remix)입니다. 여기서 G리그(NBA G League)란 NBA 공식 마이너 리그로, 각 구단의 산하팀이 소속돼 있으며 선수들이 NBA 진입을 준비하거나 능력을 증명하는 무대입니다. 다만 야구의 마이너 리그와 달리, G리그에서 활약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NBA 콜업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구단의 니즈와 타이밍이 맞아야 합니다.
에이전트 측의 설명도 이 맥락과 일치합니다. 애초에 이그지빗 10 계약 구조상, 트레이닝 캠프를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하더라도 투웨이(Two-Way) 계약이나 정식 NBA 계약으로 전환되지 않는 이상 웨이브 후 G리그 합류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겁니다.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이야기죠. 제가 이 부분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아, 이게 예외적인 사태가 아니라 원래 계획 안에 있는 경로구나"라는 걸 이해했습니다.
중요한 건 립시티에서 무엇을 보여주느냐입니다. 이현중에게 가장 현실적인 NBA 진입 루트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 포틀랜드 투웨이(Two-Way) 계약 전환: 기존 투웨이 자리 조정과 구단 니즈가 맞아야 가능. 포틀랜드는 코너 3점이 약한 팀이라 이현중 스타일의 선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 포틀랜드 정식 NBA 계약: 확률은 낮지만, 부상자 발생이나 로스터 여유가 생길 경우 가능성이 열립니다.
- 타 NBA 구단의 콜업: G리그 선수는 산하 구단에 귀속되지 않으며, 어느 팀이든 콜업 계약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3점이 약한 팀들이 눈독을 들일 여지가 있습니다.
- 10일 계약(10-Day Contract): 시즌 중반 이후 부상이나 공백이 생긴 팀이 단기 계약을 제안하는 방식. NBA 경험이 없는 선수에게는 쉽지 않지만, G리그 성적이 뒷받침되면 가능성이 생깁니다.
결국 이 모든 루트의 출발점은 G리그에서의 꾸준한 퍼포먼스입니다. 제가 직접 분석해봤는데, 포틀랜드의 3점 시도 및 성공률 데이터를 보면 (출처: NBA 공식 통계) 외곽 슈팅이 구조적으로 부족한 팀입니다. 이현중이 립시티에서 37% 이상의 3점 성공률을 꾸준히 유지한다면, 그 수치 자체가 설득력 있는 무기가 됩니다.
아시아 선수의 NBA 장벽, 신체 문제만은 아니다
이현중과 비슷한 시기에 일본의 카와무라 유키도 NBA 정규 시즌 로스터 진입에 실패했습니다. 두 선수를 보면서 "아시아 선수라서 안 되는 건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제 경험상 이 질문은 절반만 맞습니다.
카와무라 유키의 경우, 조율 능력과 공격력은 분명 NBA 수준급에 가깝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그러나 키가 NBA 가드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점이 치명적으로 작용합니다. NBA에서 가드 포지션은 풀코트 프레스와 픽앤롤 수비 압박이 상수처럼 벌어지는 자리인데, 키가 작은 선수는 매치업 헌팅(Matchup Hunting)의 표적이 됩니다. 여기서 매치업 헌팅이란 상대 팀이 의도적으로 수비가 약한 선수를 골라 공격을 집중하는 전술을 말합니다. 한 선수를 집중 공략해 체력을 소진시키고, 동시에 득점을 쌓아가는 방식입니다.
이현중은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키가 2m를 넘는 빅 윙 슈터라는 프로필 자체는 NBA에서도 희소합니다. 문제는 3점 릴리즈 속도가 느리고, 클레이 탐슨처럼 사이즈와 수비력을 겸비한 쓰리앤디(3&D) 유형으로 분류하기에도 애매하다는 점입니다. 쓰리앤디란 3점 슈팅과 수비(Defense)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전문 포지션을 의미합니다. NBA에서 가장 수요가 높은 유형 중 하나죠. 이현중이 이 포지션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으려면, 국가 대표에서처럼 팔방미인으로 뛰는 게 아니라 슈팅과 수비에 더 이기적으로 집중하는 플레이 스타일 변화가 필요합니다.
NBA 선수 신체 및 포지션 데이터를 보면 (출처: Basketball Reference), 리그 평균 스몰 포워드 키는 약 203~206cm 범위에 분포합니다. 이현중의 체격 자체는 리그 기준에 부합합니다. 그러나 신체 조건이 맞는다고 기회가 주어지는 구조가 아닙니다. 로스터는 15명으로 제한되고, 그 자리를 이미 고액 계약을 맺은 선수들이 채우고 있습니다. 이그지빗 10 계약 선수가 프리시즌 몇 경기 만에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구조적 압박은, 실력이 있어도 기회 자체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현중 포틀랜드 트레이닝 캠프 왜 못 갔나요?
A. 실력 문제가 아니라 병역 행정 처리 때문입니다. 아시안 게임 금메달로 군 면제 혜택을 받게 됐지만, 현역 신분 상태에서 장기 해외 체류에 제약이 있었습니다. 포틀랜드 구단과 선수 측이 병역 처리를 먼저 완료한 뒤 합류하는 방향에 합의했고, 이현중 선수도 이 결정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였습니다.
Q. 이그지빗 10 계약이 뭔가요?
A. NBA 정규 시즌이 시작되면 자동으로 소멸되는 캠프 전용 계약입니다. 최저 연봉에 1년 비보장 조건이 붙으며, 웨이브(방출) 이후에는 구단 산하 G리그 팀으로 합류하는 경로로 연결됩니다. 투웨이 계약이나 정식 NBA 계약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계약입니다.
Q. G리그에서 잘하면 NBA 콜업이 되나요?
A. 자동으로 되는 구조는 아닙니다. 야구 마이너 리그처럼 단계별 승격 시스템이 아니라, 구단의 니즈와 로스터 상황, 타이밍이 맞아야 합니다. 다만 립시티 리믹스처럼 NBA 산하 G리그 팀에서 뛰는 선수는 포틀랜드 외 다른 NBA 구단도 콜업 계약을 제안할 수 있어, 기회 자체는 열려 있습니다.
Q. 아시아 선수가 NBA에서 자리 잡기 어려운 이유가 뭔가요?
A. 신체 조건도 일부 영향을 미치지만, 더 큰 문제는 제한된 로스터 자리와 짧은 증명 기간입니다. 특히 가드나 윙 포지션은 매치업 헌팅에 노출되기 쉽고, 팀 전술에 즉시 녹아들어야 출전 시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실력이 준수해도 팀 상황과 계약 구조가 맞지 않으면 탈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
이현중 선수의 트레이닝 캠프 불참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제 마음도 무거웠습니다. 그런데 구조를 하나씩 뜯어보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이건 탈락이 아니라 경로 조정입니다. 병역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립시티 리믹스에서 3점 슈터이자 수비형 빅 윙으로 자신을 재정의하면서 NBA 문을 다시 두드리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올바른 전략이라고 봅니다.
G리그는 실패의 장소가 아닙니다. 제 경험상 가장 조용하게, 그리고 가장 단단하게 준비하는 선수가 결국 기회를 잡습니다. 이현중 선수의 프로필은 NBA에서도 흔치 않습니다. 그 희소성을 G리그에서 꾸준히 증명해낸다면, 포틀랜드든 다른 구단이든 거부하기 어려운 존재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