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한국이 아시안 게임 4강에서 중국을 만납니다. "중국이면 쉽게 이기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셨다면, 솔직히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스쿼드를 들여다보고, 작년 판다컵 패배 장면을 다시 떠올리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만 보면 걱정이 없는데, 감독을 생각하면 불안이 밀려오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중국 전력, 우습게 볼 상대가 아닙니다
중국이 이번 아시안 게임에 얼마나 진심으로 나왔는지, 명단을 보면 바로 느껴집니다. A매치(성인 국가대표 공식 경기)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선수를 와일드카드로 세 명이나 불러왔거든요. 공격수 장위닝, 미드필더 우시, 수비수 주천재가 그 주인공입니다.
장위닝은 중국 리그에서 꾸준히 득점을 올리고 있고, 이번 대회에서만 이미 두 골을 넣은 최전방 공격수입니다. 저돌적인 움직임이 특징인데, 제가 경기 영상을 찾아보면서 이 선수가 뒷공간으로 달려드는 장면을 반복해서 봤더니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시안 게임 수준이 아니라 A대표팀 경기에서 봐도 이상하지 않을 속도와 과감함이었거든요.
여기에 미드필더 우시는 볼 배급을 담당하는 핵심 자원이고, 수비수 주천재 역시 실수가 종종 나오는 선수이긴 하지만 중국 선수들 중에서는 롱패스 배급 능력이 가장 뛰어난 편에 속합니다. 그리고 울버햄튼 21세 이하 팀 소속인 쉬빈이라는 미드필더도 있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볼 배급과 수비를 동시에 책임지는 포지션)로, 판다컵 당시에도 중앙에서 패스를 정확하게 뿌리며 한국 수비 라인을 흔들었던 선수입니다.
이 팀의 감독은 스페인 출신 안토니오 푸체입니다. 라싱과 생테티엔에서 수석 코치를 역임했고, 중국 유소년 대표팀을 무려 2018년부터 지금까지 이끌며 이 세대를 통째로 키워온 인물입니다. 그 성과가 어느 정도냐 하면, 23세 이하 아시안컵에서 결승까지 올라갔고, 올해에만 17경기에서 9승 6무 2패(출처: AFC 공식사이트)를 기록했습니다. 작년에는 이 팀이 한국을 두 번이나 이겼습니다. 한 번은 이민성 감독 취임 전이었지만, 판다컵에서는 이민성 감독을 상대로 직접 승리를 거뒀습니다.
- 와일드카드: 장위닝(공격), 우시(미드필더), 주천재(수비) — A대표팀 핵심 자원 3인
- 쉬빈(울버햄튼 U21): 수비형 미드필더, 중앙 볼 배급 담당
- 왕위동(2006년생, 19세): 10번을 달고 최전방에서 뛰는 차세대 공격 자원
- 감독 안토니오 푸체: 2018년부터 이 세대를 직접 육성한 스페인 출신 지도자
역습 대비, 판다컵의 악몽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어떤 전술을 쓸지는 이미 데이터가 나와 있습니다. 이번 조별 리그에서 북한, 이란, 아랍에미레이트를 상대할 때 중국의 점유율은 각각 30%, 30%, 34%였습니다. 자신들보다 강하다고 판단한 상대 앞에서는 과감하게 점유율을 포기하고 밀집 수비(상대 진영이 아닌 자기 진영을 조밀하게 막는 수비 전술)를 선택한 거죠.
그러다가 장위닝 한 명을 믿고 순간적으로 역습을 노립니다. 제가 판다컵 영상을 다시 돌려본 게 한두 번이 아닌데, 패턴이 정말 명확했습니다. 우리 대표팀이 수비 라인을 끌어올리는 순간, 중국 선수 네 명이 동시에 달려 나갈 준비를 마치고 있습니다. 오른쪽 끝에 한 명, 왼쪽 끝에 한 명, 중앙에 두 명. 그 상태에서 주천재나 쉬빈이 롱패스 한 방을 뿌리면 우리 수비 라인이 한 번에 무너지는 장면이 반복됐습니다.
이 역습 패턴(수비 후 빠르게 전방으로 볼을 투입하는 공격 방식)이 오프사이드로 취소된 장면도 있었지만, 비슷한 구조에서 실제로 실점도 나왔습니다. 이민성 감독의 팀이 수비 라인을 높이 유지하는 걸 선호하다 보니 뒷공간이 생기고, 거기에 장위닝의 스피드가 더해지면 위험해집니다. 이번 4강전에서도 중국은 분명히 같은 전술을 들고 나올 겁니다.
베트남전을 보면서도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싶었던 순간이 있었는데, 베트남이 밀집 수비를 펴자마자 한국 공격이 뚝 끊겼거든요. 중국은 베트남보다 피지컬이 더 강하고 센터백 평균 신장도 185cm 안팎입니다. 밀집 수비의 강도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민성 감독이 이번 경기에서 지공(점유하며 상대를 공략하는 공격 방식)에 대한 준비를 얼마나 해왔느냐가 진짜 관건이라고 봅니다.
완전체 공격진, 결국 선수들이 답을 내줘야 합니다
그래도 희망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이번 4강전에서는 부상으로 빠졌던 양현준이 복귀합니다. 오른쪽 윙어(측면 공격수)로 직선 돌파를 주무기로 하는 선수인데, 사우디전과 베트남전을 결장한 게 큰 부상이 아니라 관리 차원이었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엄지성도 지난 경기 후반 교체 투입 이유가 발목 가벼운 부상 때문이었는데, 이번 경기는 출장에 문제가 없는 상태라고 합니다.
제가 직접 이번 대회 경기들을 보면서 느낀 건데, 엄지성과 양현준의 스타일이 서로 정말 잘 맞습니다. 엄지성은 안으로 파고들며 연결 패스를 주는 인버티드 윙어(반대 발 윙어: 오른발잡이가 왼쪽에서 뛰며 안으로 잘라 들어오는 방식) 스타일이고, 양현준은 측면에서 직선으로 달려드는 전통적인 윙어 스타일입니다. 두 선수가 좌우에서 동시에 위협하면 중국 수비 입장에서는 대응이 훨씬 어려워집니다.
여기에 이영준이 합류한 게 이번 대회 최대 변수입니다. 베트남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탈아시아급 기량을 보여줬고, 박스 안에서의 제공권(공중볼 경합 우위)은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압도적인 수준입니다. 중국 센터백들의 신장이 185cm 안팎이라 크로스 공략이 베트남전만큼 쉽지는 않겠지만, 이영준의 신체 능력 자체가 다릅니다. 김명준과의 동반 기용 가능성도 열려 있어서, 투 스트라이커 구성이 나온다면 중국 수비에 또 다른 변수가 됩니다.
결국 엄지성, 배준호, 양현준, 이영준으로 구성되는 완전체 공격진은 아시안 게임 수준에서 상대하기에 과도한 스펙입니다(출처: 대한체육회). 선수들의 개인 역량이 감독의 전술적 아쉬움을 상당 부분 메워줄 수 있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제발 선수들이 잘하는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해서 90분 안에 안정적으로 마무리해줬으면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중국이 와일드카드를 쓴다는 게 얼마나 큰 위협인가요?
A. 와일드카드는 23세 이하 대회 규정상 나이 제한을 넘긴 선수를 예외적으로 출전시키는 제도입니다. 중국이 이번에 투입한 장위닝, 우시, 주천재는 모두 현재 A대표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입니다. 단순히 나이 많은 선수를 데려온 게 아니라, 성인 국가대표급 전력을 핵심 라인에 배치한 것이라 전력적으로 상당히 위협적입니다.
Q. 판다컵 패배랑 이번 경기랑 직접 비교할 수 있나요?
A. 그때와 지금 한국 선수단은 완전히 다릅니다. 판다컵 선발 중 현재까지 남아 있는 선수는 신미나 단 한 명입니다. 반면 중국은 당시 선발 명단의 8~9명이 지금도 그대로 나옵니다. 즉 중국 입장에서는 같은 전술로 다른 선수들을 상대하는 상황이고, 한국은 유럽파와 와일드카드가 대거 합류한 완전히 새로운 팀입니다.
Q. 이민성 감독의 지공 능력이 왜 문제가 되나요?
A. 지공이란 볼 점유를 유지하며 천천히 상대 수비를 흔드는 공격 방식입니다. 이민성 감독은 대전 시절부터 역습과 공간 공략에는 강했지만, 상대가 수비 블록을 조직적으로 구성하면 공격이 막히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번 베트남전에서도 베트남이 내려앉자 그 문제가 그대로 드러났고, 중국이 밀집 수비를 선택할 게 확실한 이번 경기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Q. 결승 상대는 누가 될 가능성이 높은가요?
A. 반대편 4강 대진은 우즈베키스탄과 일본입니다. 우즈베키스탄은 4경기 12득점 1실점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 중이고, 일본은 북한전에서 고전했지만 결국 올라왔습니다. 두 팀 모두 만만치 않아서 어느 팀이 와도 결승은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승은 10월 3일 오후 7시 30분에 열릴 예정입니다.
결론
선수 명단만 놓고 보면 한국이 압도적으로 앞서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번 대회 내내 경기를 보면서 느낀 건, 이 팀은 상대가 공간을 열어줄 때 강하고, 내려앉아 버리면 답답해진다는 겁니다. 중국은 정확히 그 약점을 파고드는 팀이고, 그걸 작년에 이미 한 번 증명해 보였습니다.
경기력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90분 안에 승리라는 결과만큼은 가져왔으면 합니다. 그게 이번 경기에서 제가 가장 바라는 것입니다. 엄지성, 배준호, 양현준, 이영준이 만들어낸 완전체 공격진이 중국의 밀집 수비를 어떻게 뚫어내는지, 그리고 이민성 감독이 판다컵의 교훈을 어떻게 살려내는지가 이번 4강전의 핵심이 될 것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