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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홍명보 감독 체제에서 마지막 몇 경기는 보다가 꺼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전술 구조가 안 보이니 선수들이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게 화면으로도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선임됐을 때 기대보다 의구심이 먼저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근데 준비 과정을 하나씩 들여다볼수록 이전 감독들과는 결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추석 연휴 에콰도르전, 단순한 친선경기가 아닌 한국 축구의 방향이 드러나는 무대가 될 것 같습니다.
감독 철학 — 전술 이전에 사람부터 잡는다
제가 지켜본 국내 감독들, 특히 홍명보 전 감독 체제를 돌아보면 공통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전술의 기본 골격이 흐릿한 상태에서 "하나 되자", "열심히 뛰자" 같은 추상적인 메시지만 가득했다는 겁니다. 감독이 선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네 역할은 이겁니다"라는 명확한 지침인데, 그게 없으니 선수들도 불안해 보였습니다.
모레노 감독은 부임 직후 선수 전원과 개별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소집 전에 주요 선수들에게 직접 전화를 돌리기도 했다고 하죠. 일부에서는 "쇼잉(showing)"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분석가 출신 감독이 데이터와 전술에만 집착하다 선수들과 불화를 겪었다는 과거 사례를 스스로 인지하고 보완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소치에서 겪었던 시차 적응 프로그램 논란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프로그램 자체가 아니라, 선수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소통 부재였다는 게 이제는 알려진 사실입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이번 소집 방식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물론 우려가 없는 건 아닙니다. 스승인 루이스 엔리케와의 결별 과정, 구단 관계자와의 신뢰 문제 등 반복된 대인 관계 논란은 장기 프로젝트에서 불안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강팀 환경에서만 성과를 냈던 감독 이력도 국제 무대 경쟁력에 물음표를 남기는 부분이고요. 좋은 첫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투톱 전술 — 손흥민 활용법의 해답이 여기 있다
모레노 감독의 첫 번째 게임 모델은 4-4-2입니다. 여기서 4-4-2란 수비 4명, 미드필더 4명, 공격수 2명을 배치하는 포메이션으로, 중요한 건 숫자 배열 자체가 아니라 이 구조가 전제하는 경기 방식입니다. 앞뒤 간격을 좁게 유지하면서 강한 압박과 빠른 템포로 상대를 흔드는 축구, 쉽게 말해 선수 전원이 공 근처로 빠르게 몰리며 수적 우위를 만드는 구조입니다.
제가 K리그 경기를 꽤 챙겨보는 편인데, FC 서울이나 강원FC가 구사하는 4-4-2와 결이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익숙한 형태라 국내파 선수들 적응이 빠를 수도 있겠다 싶었고요. 다만 이 전술은 템포가 느려지면 바로 티가 납니다. 중원 간격이 벌어지는 순간 압박이 무력화되기 때문에, 경기 중 템포가 떨어진다면 감독의 의도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신호로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4-4-2 구조가 오랫동안 묵혀온 숙제 하나를 풀 수 있다고 봅니다. 바로 손흥민 활용법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원톱이나 왼쪽 윙어로는 지금의 손흥민에게 너무 많은 활동량을 요구하게 됩니다. 20대 때처럼 90분 내내 전방 압박과 역습을 병행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투톱 환경에서는 파트너 공격수가 그 부담을 나눠지기 때문에 손흥민이 세컨드 스트라이커 역할로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세컨드 스트라이커란 최전방 공격수 뒤에서 연결과 침투를 동시에 담당하는 역할로, 손흥민의 기술적 장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포지션입니다. 오세훈 같은 정통 스트라이커와의 빅앤스몰 조합, 혹은 이동경과의 투톱도 충분히 가능한 선택지입니다.
- 정통 최전방 후보: 오세훈, 오현규, 조규성 — 피지컬과 제공권 중심
- 세컨드 스트라이커 후보: 손흥민, 이동경 — 연결과 침투, 마무리를 겸비
- 관전 포인트: 전반 템포가 빠른지 확인 — 느려지면 전술이 작동하지 않는 신호
에콰도르전 전망 — 이강인·정승원, 오른쪽 미드필더 경쟁이 핵심
이번 소집은 9월과 10월 A매치가 합쳐지면서 3주 동안 에콰도르,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우즈베키스탄과 총 네 경기를 치르는 이례적인 일정입니다. 덕분에 두 경기짜리 소집 때처럼 무조건 베스트 멤버를 첫 경기에 몰아넣지 않아도 됩니다. 선수 실험과 로테이션이 가능한 구조라는 점에서 오히려 좋은 조건이라고 봅니다.
제 경우엔 첫 경기 유럽파 전원 선발에 대해 반신반의했는데, 이강인이 조기 합류하면서 에콰도르전 출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다만 황희찬, 황인범처럼 소집 직전까지 경기를 소화한 선수들은 시차 적응 문제가 있어 출전 시간 조절이 불가피할 겁니다. 감독 데뷔전 인상을 위해 풀 멤버를 기용하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부상이라도 나면 이후 세 경기가 흔들립니다. 관리와 흥행 사이의 균형, 이게 진짜 첫 시험대라고 생각합니다.
경기 내 핵심 변수는 오른쪽 미드필더 자리입니다. 이강인은 현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4-4-2의 오른쪽 미드필더로 경기 MVP를 받을 만큼 좋은 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강인 외에도 정승원이 K리그 월드컵 브레이크 이후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어 경쟁이 됩니다. 정승원은 활동량과 결정력을 동시에 갖춘 선수라 모레노 감독의 빠른 템포 축구에 잘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강인과 정승원 중 누가 선발로 나오든, 둘의 출전 시간 배분 방식이 이날 경기의 숨은 관전 포인트가 될 겁니다.
상대 에콰도르도 만만치 않습니다. 윌리안 파초(파리생제르맹),카스티요(미트윌란) 등 한국 선수들과 같은 팀에서 뛴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포함돼 있고, AC 밀란 소속의 에스투피냥도 주목할 자원입니다. 에콰도르 역시 월드컵 실망 이후 마르셀로 가야르도를 새 감독으로 선임해 이날이 데뷔전이라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양 팀 모두 새 감독이 처음 지휘봉을 잡는 경기, 어느 쪽이 먼저 자기 축구를 보여주느냐가 승부의 갈림길이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A매치에서 승점보다 중요한 건 경기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1승 2승을 챙기는 것보다, 해외파 핵심 선수들이 모레노 감독의 전술 안에서 제 역할을 찾는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결국 아시안컵과 월드컵을 위한 준비 과정이니까요. 한국 대표팀 A매치 정보는 출처: 대한축구협회(KFA)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모레노 감독의 4-4-2 전술, 한국 대표팀에 맞나요?
A. 적합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고, 체력 소모가 크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4-4-2는 앞뒤 간격을 좁게 유지하며 전원이 압박에 가담해야 하는 구조라 체력 소모가 상당합니다. 다만 K리그에서 이미 익숙한 전술이라 국내파 선수들의 적응은 빠를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유럽파 핵심 선수들이 이 템포에 얼마나 빠르게 녹아드느냐가 관건입니다.
Q. 손흥민은 에콰도르전에 선발로 나오나요?
A. 선발 가능성은 있지만 풀타임 소화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네 경기 일정이라 첫 경기에 모든 걸 쏟아붓기보다 후반 교체 투입 형태로 관리할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부상이라도 나면 이후 세 경기가 흔들리기 때문에, 감독 입장에서도 무조건 선발 고정은 부담스러운 선택일 겁니다.
Q. 이강인은 에콰도르전에 나오나요?
A. 조기 합류 소식이 전해지면서 출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다만 유럽에서 넘어오는 시차 적응 문제가 변수입니다. 모레노 감독이 시차 적응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용하는 만큼, 이강인의 컨디션 상태에 따라 선발 혹은 교체 투입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Q. 에콰도르가 강한 팀인가요?
A. 단순히 약팀으로 보면 안 됩니다. 에콰도르는 최근 월드컵 조별 리그를 통과한 이력이 있는 신흥 강호이며, 세계적인 유망주를 꾸준히 배출하는 나라입니다. 핵심 스타 일부가 빠지긴 했지만, 어린 선수들의 돌발 활약을 경계해야 하는 상대입니다.
결론
제가 직접 여러 감독 교체 사이클을 지켜보면서 느낀 건, 첫 경기에서 전술 방향이 얼마나 명확하게 보이느냐가 그 감독의 미래를 꽤 정확하게 예고한다는 겁니다. 모레노 감독은 소통 방식에서 분명히 다른 결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데이터와 컨디셔닝 관리를 체계화하고, 선수 개개인의 장점을 살리는 역할 부여에 집중하는 방향은 올바르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좋은 준비 과정이 경기장 안에서도 그대로 나와야 진짜 시작입니다. 에콰도르전에서 4-4-2 기반의 빠른 템포 축구가 실제로 구현되는지, 투톱 구조에서 손흥민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아드는지, 그리고 이강인과 정승원이 어떤 방식으로 공존하는지를 집중해서 보실 것을 권합니다. 승패보다 이 세 가지가 보인다면, 한국 축구에 꽤 희망찬 흐름이 시작됐다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