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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처음엔 "이번엔 진짜 다르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김태형 감독에 일본인 코치까지 영입했을 때, 솔직히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7위, 7위, 9위. 롯데 자이언츠가 왜 매번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지, 제가 직접 시즌을 지켜보며 느낀 것들을 정리해봤습니다.

반복 실패의 역사 , 좋았던 순간이 왜 이어지지 못했나
롯데가 맨날 못했던 팀은 아닙니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다가, 외국인 감독 로이스터를 선임하면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연속 가을 야구를 밟았습니다. 그 시절 이대호, 강민호, 장원준, 손민한이 중심을 잡았고, 팀은 분명히 살아 있었습니다.
제가 이 시기를 되돌아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2012년 이대호가 일본으로 떠나고 장원준이 군에 입대한 뒤에도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는 사실입니다. 그게 단순히 특정 선수의 힘이 아니라 팀 운영이 제대로 굴러갔다는 증거라고 봅니다. 그런데 그 흐름은 왜 이어지지 못했을까요.
2014년 원정 숙소 CCTV 감시 사건이 터졌습니다. 구단이 선수단을 몰래 감시했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프런트와 현장의 갈등이 공개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여기서 프런트란 구단 운영을 담당하는 행정·경영 조직, 즉 단장과 구단 임원진을 말합니다. 현장인 감독·코치·선수단과는 역할이 구분됩니다. 그 사건 이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장원준은 롯데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음에도 두산으로 떠났습니다. 여기서 FA란 일정 기간 이상 선수로 활동한 뒤 소속 구단의 동의 없이 다른 팀과 계약할 수 있는 자격을 의미합니다. 프랜차이즈 스타가 돈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팀을 떠났다는 점에서, 제가 당시에도 꽤 씁쓸했던 기억이 납니다.
- 2008~2012년: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핵심 선수 이탈에도 버틴 시기
- 2014년: 원정 숙소 CCTV 사건으로 프런트-현장 갈등 공개화
- 2014년 겨울: FA 장원준, 더 좋은 조건의 롯데를 거절하고 두산 이적
- 2017년: 강민호 FA, 4년 80억 제시에도 삼성으로 이적
- 2017년 이후: 9년째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2017년 강민호 이탈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구단이 4년 80억 원을 제시했는데도 삼성행을 택했고, 롯데는 그 자리에 포수가 아닌 외야수 민병헌과 계약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선택을 '돈을 안 썼다'는 문제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제 시각에서는 그게 핵심이 아닙니다. 돈은 썼습니다. 문제는 어디에 먼저 써야 했느냐, 즉 우선순위였습니다. 포수 공백은 그 뒤로도 오랫동안 롯데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프런트 문제의 본질 , 사람이 바뀌면 방향도 바뀌었다
2019년 최하위를 기록한 뒤 성민규 단장이 선임됐습니다. 데이터 기반 운영, 프로세스 강조, 훈련 환경 개선 등을 내세우며 시스템 구축을 약속했습니다. 제가 직접 당시 인터뷰들을 찾아봤는데, 말 자체는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성민규 단장이 직접 선택한 허문회 감독과 불과 1년 반 만에 갈라섰습니다. 이유는 '방향성 차이'였습니다.
이 지점이 제가 롯데를 볼 때마다 답답하게 느끼는 부분입니다. 단장이 직접 고른 감독과 방향성이 달랐다면, 애초에 선임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 아닐까요. 샐러리캡이란 구단이 선수단에 지출할 수 있는 총 연봉 상한선을 의미합니다. KBO리그에서는 이 샐러리캡 초과 시 페널티가 부과되는데, 이전 체제의 과도한 FA 계약이 쌓이면서 성민규 체제에서는 외부 영입 자체가 막혀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손발이 묶인 상태였습니다.
2023년에는 김태형 감독이 선임됐고, 박준혁 단장이 새로 합류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강훈 대표가 감독 선임을 주도한 뒤 단장은 나중에 선임됐다는 사실입니다. 일반적으로 단장이 감독을 선택하는 구조여야 책임 소재가 명확해지는데, 롯데에서는 그 순서가 뒤바뀌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박준혁 단장이 강조한 '육성 기반 지속 가능한 강팀'이라는 표현도 사실 성민규 단장의 '프로세스 강조', 그 이전 단장들의 '시스템 구축'과 결이 다르지 않습니다. 말은 달라도 목표는 같았는데, 왜 이어지지 않았는가를 봐야 합니다.
KBO리그 공식 기록에 따르면 롯데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은 1992년,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은 1999년입니다(출처: KBO 한국야구위원회). 한국 야구 44년 역사에서 원년 구단 중 정규리그 1위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팀은 롯데가 유일합니다. 이 숫자가 저는 단순한 성적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의 결과물로 읽힙니다.
문제의 뿌리는 모기업 인사 사이클과 야구단 운영 사이클이 맞물려 있다는 점입니다. 그룹 정기 인사로 대표이사가 교체되면 단장도 바뀌고, 단장이 바뀌면 감독이 바뀌고, 감독이 바뀌면 팀 색깔도 바뀝니다.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 헌액자 브랜치 리키는 "운은 계획에서 비롯된다"고 했습니다(출처: National Baseball Hall of Fame). 롯데는 계획 자체는 여러 번 세웠지만, 그 계획을 이어갈 사람이 구단 안에 남아 있지 않았던 겁니다.
재건 전망 , 새로운 답이 아니라 기존 답을 붙잡는 것
솔직히 이번 2026시즌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것도 나쁜 방향으로. 원정 도박 논란, 선수들의 팬 외모 비하 발언 등 사건이 연이어 터졌습니다. 가을야구 실패. 단순히 전력 문제가 아니라 구단 전체의 기강과 문화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로 제 눈에는 읽혔습니다.
김태형 감독의 운용 방식도 제가 직접 경기를 보면서 의구심이 쌓였던 부분이 있습니다. 지난 시즌 리그 최다 수준의 불펜 연투를 강행했는데, 불펜이란 선발 투수 이후 등판하는 중간 계투와 마무리 투수 그룹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혹사 수준의 연투가 반복되면 투수 부상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는데, 올 시즌 주축 투수들이 줄줄이 부진하고 부상으로 이탈한 것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걸 우연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1군과 2군의 선수 기용이 엇갈리는 문제도 제가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2군에서 잘 던지는 투수가 1군에서 기회를 못 받거나, 컨디션이 떨어진 선수가 2군에서 회복할 시간 없이 연속 등판하는 장면들입니다. 이건 현장과 프런트가 같은 시간표를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육성 시스템이란 단순히 2군에 좋은 선수를 두는 게 아니라 1군과 2군이 하나의 기준으로 선수를 평가하고 운용하는 체계를 말합니다. 롯데는 그 체계가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롯데에 필요한 건 새로운 시스템이 아닙니다. 이미 여러 번 찾아낸 답을 구단의 것으로 고착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최소한 한 가지는 바뀌어야 합니다. 모기업 인사 교체가 야구단 운영 기조까지 흔드는 구조를 끊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장이 바뀌어도 유지되는 스카우팅 기준, 감독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육성 철학이 쌓여야 2017년 이후 공백을 메울 수 있습니다.
팬들은 지금도 사직구장을 가득 채웁니다. 9년째 포스트시즌에 못 나가면서도. 그 팬심이 아깝지 않으려면, 구단이 먼저 '이번만큼은 진짜 다르다'를 말이 아닌 시간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롯데 자이언츠 마지막 우승이 언제예요?
A.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은 1992년이고,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은 1999년입니다. 원년 구단 중 정규리그 1위를 한 번도 기록하지 못한 팀은 KBO 44년 역사에서 롯데가 유일합니다. 단순한 성적 부진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가 반복돼온 결과라고 봅니다.
Q. 강민호가 롯데를 떠난 이유가 뭔가요?
A. 롯데가 4년 80억 원을 제시했음에도 강민호는 2017년 겨울 삼성 라이온즈를 택했습니다. 공식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당시 구단 분위기와 프런트 신뢰 문제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일반적으로는 금액 차이로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는 단순히 조건의 문제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제는 봅니다.
Q. 성민규 단장이랑 허문회 감독은 왜 갈라섰나요?
A. 공식 발표는 '방향성 차이'였습니다. 성민규 단장이 프로세스 중심의 구단 운영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현장 지휘권을 둘러싼 갈등이 생겼고, 허문회 감독은 선임 1년 반 만에 경질됐습니다. 단장이 직접 고른 감독과 갈라선 것이라 더 설명이 필요한 대목인데, 내부 기준이 처음부터 정렬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Q. 김태형 감독 3년 성적이 어떻게 되나요?
A. 1년 차 7위, 2년 차 7위, 3년 차 9위입니다. 가을 야구 진출이 목표였던 팀에서 3년 연속 하위권에 머물렀습니다. 특히 지난 시즌 불펜 과부하 운용이 올 시즌 투수 줄부상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단순 성적 외에도 선수 관리 측면에서도 의문이 남습니다.
결론
제가 오랫동안 롯데를 지켜보면서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이 팀은 답을 몰랐던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로이스터 시절에도, 2012년 위기를 버텨낼 때도, 성민규 단장이 프로세스를 강조할 때도 방향 자체는 맞았습니다. 문제는 그 방향이 사람에 묶여 있었다는 겁니다. 사람이 바뀌면 방향도 같이 사라졌습니다.
2026시즌 포스트시즌 실패는 단순한 성적이 아니라,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결과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해준 시즌으로 제 눈에는 남습니다. 앞으로 롯데가 지켜볼 만한 팀이 되려면, 다음 단장이 누가 되든 이전 체제의 유효한 기준만큼은 이어가는 모습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