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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경기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말, 믿으십니까? 저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우즈베키스탄전은 달랐습니다. 손흥민이 A매치 통산 59호 골로 차범근을 넘어 대한민국 역대 최다 득점자가 됐고, 오세훈-손흥민 투톱 조합이 이토록 잘 맞을 줄은 제가 직접 경기를 보면서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대표팀 경기에서 느끼지 못했던 '다 같이 싸우는 팀'의 감각이 돌아온 경기였습니다.

손흥민 A매치 최다득점 : 78년 역사를 바꾼 프리킥
전반 6분, 정면 프리킥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이재성이 이어받아 연결하는 플레이를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손흥민이 직접 차올렸고, 공은 골키퍼의 손이 닿지 않는 낮은 코스로 파고들었습니다. 상대 골키퍼는 수비벽 위로 넘어올 것을 예상했다는 분석이 많았는데, 저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결국 역방향에다 낮게 깔린 높이로 완벽하게 속인 킥이었습니다.
이 골이 A매치 59호입니다. 대한민국이 국제 A매치에 처음 출전한 건 1948년 런던 올림픽 당시 멕시코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출처: 대한축구협회). 정부 수립 직전부터 이어온 약 78년의 A매치 역사에서 단 한 명도 도달하지 못한 숫자를 손흥민이 처음으로 넘어선 것입니다. 차범근이라는 이름이 사실상 한국 축구의 고유명사처럼 쓰이던 시대가 이날 공식적으로 끝났습니다.
여기서 프리킥 킥 메커니즘을 잠깐 짚어보면, 골키퍼 입장에서 가장 막기 쉬운 구간은 허리 높이, 즉 중단입니다. 반대로 완전히 바닥을 긁거나 크로스바 근처 상단을 노리면 반응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합니다. 손흥민이 이날 선택한 코스는 전자였고, 거기에 방향 페인팅까지 더해졌으니 골키퍼로서는 두 가지 속임수를 동시에 당한 셈입니다.
인터뷰에서 손흥민이 "16년의 모든 순간을 함께한 동료들과 팬들의 것"이라고 말했을 때, 저는 그냥 관용적 표현이 아니라 진심이 담겼다고 느꼈습니다. 4연전 내내 선발 출전하면서 70분 가까이 전방 압박까지 소화한 그 체력이, 인터뷰 한 마디에 설득력을 실어줬습니다.
- A매치 59호 골 대한민국 역대 최다 득점 신기록
- 역방향 + 낮은 높이로 골키퍼의 예측을 이중으로 무너뜨린 프리킥
- 4연전 전 경기 선발 출전한 두 선수 중 한 명 (나머지 한 명은 센터백 이한범)
오세훈 투톱 : 버텨주는 선수 한 명이 바꾼 공격 구조
오세훈의 두 번째 골 장면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역시 키가 좋아서 뚝배기 헤더로 눌렀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전 오프더볼(off-the-ball) 움직임을 다시 확인하고 나서 평가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오프더볼이란 공을 가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움직임을 말하는데, 상대 수비수를 어디로 끌고 가느냐가 실제 공간 창출의 핵심입니다.
오세훈은 우즈베키스탄의 맨시티 소속 수비수 후사노프를 앞쪽으로 끌고 들어가다가, 순간적으로 방향을 전환해 풀백과의 1대1 높이 싸움으로 전환했습니다. 후사노프는 그 턴을 놓쳤고, 뒤늦게 따라갔을 때는 이미 크로스가 올라오는 타이밍이었습니다. 단순한 높이 싸움이 아니라, 수비 배치를 직접 설계한 플레이였습니다.
이 경기를 보면서 저는 오세훈이 타깃 스트라이커(target striker) 역할을 하면 손흥민이 얼마나 자유로워지는지를 실감했습니다. 타깃 스트라이커란 전방에서 상대 수비와 몸싸움을 통해 공을 버텨주는 포지션으로, 주변 공격수들의 연계 플레이 공간을 넓히는 역할을 합니다. 손흥민이 원래 잘하는 건 골문을 바라보고 달려드는 침투인데, 오세훈이 등을 지고 버텨줄 때 비로소 그 움직임이 온전히 살아났습니다. 이강인과의 오른쪽 연계, 조현택의 오버래핑, 세컨볼 싸움에서의 우위까지 오세훈 한 명이 전방향적으로 영향을 미쳤습니다.
오세훈보다 더 좋은 카드가 나온다면 당연히 쓰면 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도 조규성이나 이후 성장할 선수들과의 경쟁 자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현시점에서 손흥민과의 조합 효율만 놓고 본다면, 이번 4연전 중 오늘이 가장 명확하게 그 답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황인범 활약 : 원터치 패스와 패스앤고가 만든 후반전 흐름
황인범이 후반전에 투입됐을 때, 솔직히 이번 4연전 초반 경기들을 떠올리며 반신반의했습니다. 체력 문제로 몸이 무겁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베네수엘라전에서도 그 무게감이 눈에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날 후반전은 완전히 다른 선수였습니다.
황인범의 강점은 패스앤고(pass-and-go)의 반복과 원터치 전환입니다. 패스앤고란 볼을 주고 난 직후 멈추지 않고 바로 공간으로 이동하는 플레이로, 상대 수비가 공 위치에 집중하는 사이 패서 본인이 다음 옵션이 되는 기술입니다. 황인범은 이날 자기 진영에서 볼을 끊어낸 뒤 김태현에게 연결하고, 릴리턴을 받아 황희찬에게, 다시 받아 손흥민에게, 그 다음 오세훈에게까지 연결하는 장면을 만들었습니다. 이 짧은 연속 동작에서 황인범은 한 번도 서 있지 않았습니다.
제가 경기를 보면서 소리를 질렀던 장면은 득점 어시스트가 아니라 이 연속 패스앤고 시퀀스였습니다. 다섯 선수를 거치는 동안 거의 원터치로만 공이 이동했고, 우즈베키스탄 수비는 공의 이동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오세훈 헤더 득점의 실질적인 출발점이 여기에 있었습니다(출처: FIFA).
황인범이 경기 후 눈시울을 붉혔다는 이야기에 저는 꽤 오래 생각하게 됐습니다. 9년간 대표팀을 지켰는데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라고 했습니다. 회장도 없고, 임시 감독 체제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그 말이 선수가 경기장에서 보여준 투지와 포개졌을 때, 후반전 황인범의 플레이가 단순한 기술 이상이었다는 걸 저는 느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손흥민이 차범근 기록을 넘어선 게 이번 경기가 처음인가요?
A. 맞습니다. 이번 우즈베키스탄전 전반 6분 프리킥으로 A매치 59호 골을 기록하며 차범근의 종전 기록을 넘어섰습니다. 대한민국 A매치 역사가 1948년 런던 올림픽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 78년 만에 나온 신기록입니다. 당분간 깨지기 어려운 기록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만, 저는 그것보다 이 골이 나온 방식 자체가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Q. 오세훈과 손흥민 투톱 조합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까요?
A. 이번 경기만 놓고 보면 4연전 중 가장 효과적인 조합이었다는 데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다만 모레노 감독 체제가 원래 타깃 스트라이커를 고정하는 방식보다 움직임 기반의 유동적인 공격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매 경기 고정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오세훈이 확실한 옵션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 자체가 이번 4연전의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Q. 황인범은 왜 선발이 아니라 후반에 교체로 들어왔나요?
A. 4연전 기간 동안 황인범의 컨디션이 100%가 아니었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왔습니다. 앞선 경기들에서 몸이 무거워 보인다는 평가도 있었고, 본인도 힘들었다고 직접 언급했습니다. 선발 제외가 컨디션 관리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보는 시각이 많고, 저도 그 판단이 후반전 퍼포먼스로 증명된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Q. 이번 4연전 이후 모레노 감독 정식 선임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요?
A. 확실한 답은 없습니다. 4연전 결과가 2승 1무 1패였고, 오늘처럼 내용이 좋은 경기도 있었지만 부진한 경기도 있었습니다. 다음 달 원정 2연전까지 포함해 총 6경기의 결과와 내용을 종합해서 협회가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모레노가 잘하면 남고, 그렇지 않으면 바뀌는 것이 원칙이고, 저는 그 원칙대로 가면 된다고 봅니다.
결론
저는 이번 경기에서 제가 가장 원했던 장면을 봤습니다. 함께 수비하고 함께 공격하는 것, 말로는 쉬운데 대표팀 경기에서 오랫동안 보기 어려웠던 그 장면들이 곳곳에 있었습니다. 손흥민의 역사적인 59호 골, 오세훈의 오프더볼 움직임이 만들어낸 헤더, 황인범의 패스앤고 연속이 오버랩되던 그 후반전은 제가 꽤 오래 기억할 것 같습니다.
물론 전술적 과제는 남아 있습니다. 중원 턴오버 문제, 특정 포지션의 자원 부족, 전반 압박 이후 흔들렸던 중반 이후 흐름은 다음 원정 2연전에서 점검이 필요합니다. 모레노 감독이 정식 감독이 되느냐의 문제는 결국 11월 원정 경기가 말해줄 것입니다. 다만 지금으로선 대표팀 경기가 다시 재밌어졌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번 4연전은 의미가 있었습니다.